로렌스 형제의 생애 ⑥
[철저한 무관심과 완벽한 자유의 삶]
로렌스 형제는 자신의 뜻을 향한 애착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을 향한 사랑으로만 채워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속에서 하나님의 뜻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이런 마음으로 언제나 평화 속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찾아와 다른 어떤 사람이 심각한 죄를 저질렀다고 말하면, 깜짝 놀라는 대신에 그 사람의 죄가 그 정도에서 그친 것이 놀랍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죄인이 얼마나 사악한 악의를 품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로렌스 형제는 이렇게 말하고 즉시 자기 생각을 다시 하나님께 향하도록 하였고, 죄를 지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 뒤에는 다시 염려하지 않고 평화로움 가운데 머물렀습니다. 하나님께서 뜻하시기만 하면 언제든지 그 죄를 바로잡아주실 수 있다는 것과 또 세상을 통치하시는 하나님께서 세상의 일반적인 풍조를 얼마간 용인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그가 귀하게 여겨 오랫동안 준비해온 매우 중대한 일이 갑자기 집행되지 않게 되었으며, 그 일 대신에 다른 결정이 내려졌음을 미리 귀띔도 없이 불쑥 통보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간략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 테니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씀하지 말고 결정대로 따르면 될 것입니다.”
또 그는 자기가 한 말을 정확하고 일관되게 지켜서, 나중에 다시 그 일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어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고관대작 한 사람이 중병을 앓고 있는 로렌스 형제를 병문안하며, 만일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신앙생활을 더 할 수 있도록 얼마간 생명을 연장해주는 것과 즉시 하늘로 데려가는 것 둘 중에 하나를 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신다면 무엇을 택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로렌스 형제는 그 결정권은 하나님께 맡길 것이며, 자신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지시하실 때까지 평화롭게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즉시 대답했습니다.
매사 이런 태도로 일관했던 로렌스 형제는 하나님이 아닌 다른 모든 것에 철저히 무관심했고 그럼으로써 완벽한 자유를 누렸습니다. 그런 철저한 무관심과 완벽한 자유의 삶은 가히 천국에서 하나님 임재의 영광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 성도들의 삶에 견줄 만했습니다. 그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질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고, 어떤 분파나 파벌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어느 편도 들지 않았습니다.
로렌스 형제는 성직자들조차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출신지에 대한 애착에도 초연했습니다. 그는 동향(同鄕) 사람들에게나 그들과 극과 극인 타지방 사람들에게 똑같이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의 소망은 차별을 하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구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유익을 끼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그 무엇도 천국의 시민인 그를 결박하여 땅으로 끌어내리지 못했습니다. 그의 시야는 시간 안에 갇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영원하신 하나님만을 오랫동안 묵상함으로써 그분처럼 영원하게 되었습니다.
그에게는 모든 장소, 모든 임무, 모든 것이 동일했습니다. 부엌에서 허드렛일을 하든지, 낡고 닳은 샌들을 수리하든지, 골방에서 기도하든지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깊은 고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하나님을 일상의 임무 수행 한가운데서 만나 그분을 사랑하고 예배하였으므로 특별히 별도의 경건의 시간을 요청하거나 갈망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Brother Lawrence (1611-1691): 38세에 프랑스 파리의 '맨발의 까르멜 수도회'에 들어갔다. 이후 그는 평생을 평수사(특별한 직분을 맡지 않은 수도사)로 지내면서 부엌일과 샌들 수선하는 일을 하며 하나님 임재를 연습했다. 아무리 힘들고 비천한 일이라도 푸념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주님의 일로서 감당하여 말년에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은 사람, 그 속에 분명히 하나님이 임재하여 계신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