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오신다 - 함석헌 作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 동안
우리는 진정 기대와 설렘으로
주님을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님은 오신다'라는 시를 통해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과
그 마음에 오심으로 경험한 은혜를 표현합니다. 님이 오신다 - 함석헌
님이 오신단다, 길 닦아 예비하자 내 집에 오시는 님을 날 보러 오시는 님을, 그저 어찌 맞느냐?
높은 것 낮추고 우므러진 것 돋우고 굽은 길을 곧게 하고 지저분한 것을 다 치워 님이 바로 오시도록 하자
님을 기다린다면서 그저 잤고나, 이것저것을 온 방안 허투루 늘어놓아 그저 앉으실 곳도 없이 했구나.
어서어서 모셔야 할 님 더러운 길에 왜 더듬게 하며, 맑고도 거룩하신 그의 몸을 헤뜨린 이 속에 어찌 맞을꼬? 오, 내 맘이 급해.
쓸자, 닦자, 고치자, 물을 뿌리자, 묵고묵고 앉고앉고 이 먼지를 다 어찌하노? 언제 이것을 아름다이 하노?
자리 위엔 무슨 때가 이리도 꼈느냐? 천정의 거미줄은 누가 치느냐? 이리도 더러운 줄을 나도 몰랐지.
뜰에는 무엇이 저리도 많아 발도 옮겨놀 곳이 없고 앞길에는 돌이 드러나고 다리가 무너졌으니, 저거는 누가 놓아주느냐?
아이구 님이 오시네! 저기 벌써 오시네! 이를 이를 어찌노, 어딜 들어오시랄꼬 이 얼굴, 이 꼴, 이 손은, 아이!
이 애 이 애 걱정 마라, 나도 같이 쓸어주마, 나 위해 쓸자는 그 방 내가 쓸어 너를 주고, 닦다가 닳아질 네 맘 내 닦아주마.
쓸자 닦자 하던 마음 그것조차 맘뿐이고 님이 손수 쓰시고 나까지도 앉으라시니, 재 자랑이라곤 없소이다. 참 없소이다.
밝히자면서 봇 밝힌 방 저절로 밝아지고, 맑히자면서 못 맑힌 맘 나중엔 맑아졌으니 내라곤 없소이다. 님 곁에만 사오리.